한국사회

'복지부 기자 단톡방' 사태와 한국의 똘레랑스

글쓰는농구인 2021. 9. 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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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기자단이 출입 중인 카카오톡 단체카톡방(단톡방)에서 해프닝이 일어났습니다.

 

전제하자면 저는 이 글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가 쓰는 이 글로 당사자의 명예가 실추되는 데 일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태 발생 후 추이가, 한 개인의 해프닝으로 넘어가는 게 아닌 언론 집단 전체에 대한 조리돌림과 개인에 대한 조리돌림으로 변화하는 것을 보면서 비판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한국의 사이버 관음증 문화와 2020년에도 조선시대 유교적 사고를 갖고 상대방과 그 집단을 매도하는 악습은 꼭 개선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언론계를 떠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사건이 확대 재생산 된 상황에서 이 사건을 새롭게 접하는 사람들에게 만큼은 관점의 변화가 생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적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3일 금요일 오후였습니다. 보건복지부에 출입 중인 모 경제매체 기자가 자신의 성기 사진을 복지부 출입기자단 단톡방에 올렸다고 합니다. 보통 단체카톡방에선 3분이 지나면 사진을 삭제하는 기능이 사라집니다. 해서 단톡방에 출입 중인 239명(당사자를 제외한)은 그 사진을 확인했겠지요. 

 

보통 정부부처에선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단체 카톡방을 운영합니다. 익명 오픈채팅방이 아니라, 정식 기자단만 실명으로 출입하는 구조입니다. 정보의 빠른 공유와 공지사항 등을 신속히 전파하기 위해 공적으로 운영됩니다. 

 

기자단의 반응은 예상대로 였습니다. 위 채팅 목록을 보더라도, "아무리 실수라고 해도 이건 충격이 너무 큽니다. 해당 매체에 불이익을 줘야합니다," "기분이 안 좋다." ,"무슨 짓입니까." "해당 기자와 해당매체의 기자단 퇴출을 요청합니다." 

 

이를 요청한 출입 기자는 기자단 내규의 어떤 조항을 근거로 해당 기자는 물론 매체 전체의 퇴출을 운운하는 것입니까? 

 

그리고, 개인의 클릭 실수를 각종 커뮤니티나 리멤버, 블라인드 등에 확대 재생산하면서 해당 매체는 물론 언론계 집단 전체를 싸잡아 매도합니까? 

 

이런 반응 때문에 우리나라가 2020년에도 선비 국가, 유교 탈레반이라는 지적을 받는 것입니다. 외국에선 이런 단톡방을 운영하지도 않겠지만, 만약 동일한 일이 발생했으면 단순 해프닝으로 판단을 했을 것입니다. 서양이었으면 유머거리로 끝날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글 첫머리에 이를 심각한 사태란 대신, 해프닝이란 단어를 사용한 이유입니다. 

 

아마, 실수로 올린 성기 사진을 두고 성기가 크네, 작네 유머로 놀리면서 실수한 사람에게 아무일 아닌 것처럼 위로해주고 웃으면서 넘어갈 일입니다. 

 

성도착증 환자가 아니고서야 공식 업무 채팅방에 자신의 성기를 고의로 올릴 수 있겠습니까? 실수임을 알기에 똘레랑스(관용)가 발현되는 것입니다. 

 

한국사람들은 유독 이런 실수에 인색합니다. 정이라는 문화는 사라진 지 오래이며, 상대방의 실수에 기를 쓰고 인생 전체를 매도하려 득달같이 달려듭니다. 무엇이 그렇게 불편한지 모를 일입니다. 이를 두고 페이스북에 좋아요 수 1000개는 보통을 받는 어떤 인플루언서 변호사는 "이게 우리나라 언론이다"라며 싸잡아 매도하고, 이 해프닝을 확대 재생산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그리곤 자정부터 하라. 집단의 인간성이 나쁘다. 이건 문제고 왜 자꾸 남탓을 하냐며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는 해프닝이지 이렇게까지 매도 당하고 비판 받을 일이 아닙니다. 유교 탈레반이란 단어를 쓴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2020년대 정보통신(IT) 기술은 세계에서도 선도적인 국가로 나아가면서도 개개인의 사고방식이나 의식은 조선시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성에 대한 관념이나 개방도는 1950년대보다도 더 후퇴한 상황입니다. 

 

미국이나 서양의 토크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보면 외국에서 성기는 신체의 일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하지만 한국은 다릅니다. 유독 성에 대해서 감추고 터부, 치부시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사회의 사이버 관음증 현상도 여전히 불거졌습니다. 저 해프닝을 두고 정의의 사도마냥 SNS에 언론계를 싸잡아 비판하고 다른 사람들은 똑같이 무관용으로 욕을하고 소문을 냈습니다.

인터넷 용어로 다 같이 돌팔매질 해달라고 어그로를 끄는 사이버 렉카들이 길길이 날뛰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실수를 한 기자가 누구인지, 매체가 어디인지 파악하는 데 열을 올렸습니다. 적나라한 관음증 현상 그대로입니다. 

 

힘을 모아도 국난 극복이 어려운 코로나19 시대에, 서로를 쓸데 없는 이유로 속박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회는 더욱 각박해질 것이고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의 피해는 더욱 커질 테니까요. 

 

서양의 관용, 똘레랑스를 기억해야 할 시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본인의 트위터에 포르노 사진을 공유했던 사실을 기억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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